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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돈의 시작
큐돈은 2017년 9월 29일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마스토돈은 1.6.1 버전이었고 아직 OStatus 프로토콜을 같이 쓰던 시절이었죠.
당시 마스토돈의 메인 페이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기억 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큐돈을 만들게 된 계기
당시 큐돈의 마스터는 대학원생이었어요. 그래도 트랜스젠더로서 살만 하다고 생각해서 다니던 모교에 대학원생으로 진학을 했고,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래도 마음 편하게 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 쪽지가 붙어 있었어요.
여자화장실은 여자만 오는 곳입니다. 여자가 되고 싶은 사람 말구요
그걸 보자마자 굉장히 부끄러워졌고 화도 났어요. 트랜스젠더는 ~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는 그런 얘기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원래 화장실도 나름 쉽게 패싱이 될 정도의 사람이었어요. 다만 학교는 매일 가는 곳이다 보니 제 목소리를 아는 사람이나 제가 가끔 아파서 남자처럼 대충 하고 갔을 때 봤던 사람이 붙인 것 같거든요. 그 사람을 원망하진 않아요. 이 사회에서는 그런 거 충분히 모를 수 있고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는 모자란 사회니까요.
다만 저는 저런 쪽지가 붙은 이상 학교에서 화장실을 갈 수가 없었어요.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어 달라고, 따로 돈이 드는 게 아니라 건물당 화장실 하나만 지정해서 성중립 화장실이라고 이름만 붙이면 된다고, 하다 못해 장애인 화장실을 “가족 화장실"로 이름을 바꿔 공중화장실 사용이 곤란한 누구나 사용 가능하게 만든 고속도로 휴게소도 있다는 말을 총장에게 전했으나 “우리 학교는 그럴 돈이 없다"라는 어이 없는 답변을 들은 상태라 더 요청 할 힘도 없었거든요. 대신 트위터에 하소연을 했죠. “난 이러면 대체 화장실을 가지 말라는 거냐 뭐냐” 그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그 전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그 글이 W의 추종자들에게 들어간 건지 멘션이 쏟아지기 시작 했어요. 굳이 내용을 말하지는 않을게요. 온갖 혐오표현부터 자기들이 더 힘들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멘션들이 쏟아지고 아무리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일명 알계들이라고 하죠.
저는 그 이전부터 더러워 진 트위터 시스템(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고 남을 괴롭히기 쉬운 구조)에 환멸을 느끼고 이거야말로 정말 트위터를 떠날 계기다 싶어서 계정을 잠그고 대안 SNS를 찾아다니다가 마스토돈을 발견했어요. 처음엔 다른 인스턴스에 가입을 했지만 어딜 가도 성소수자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인스턴스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하나 만들자 하고 만들게 되었어요.
그렇게 2017년 9월 29일, 큐돈이 탄생했어요.
큐돈 이름의 유래
그 당시 마스토돈 인스턴스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본가 mastodon.social이 있었고 일본쪽엔 pawoo가 있고, 한국엔 트위터 대피소가 모토인 twingyeo가 있을 뿐이었죠. 마스토돈 인스턴스를 세우려면 도메인 주소가 필요했고 그러면 그 이전에 이름을 짓는 게 우선이었어요. 해외 인스턴스들을 보니 -todon, -don 같은 이름을 많이 쓰더라구요. 그런 이름을 쓰면서도 어느 정도 언어유희가 되는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Queer의 Q에 -don을 붙여서 Qdon이라고 하기로 했고 “규동"이 떠오르는 걸 의도 했어요. 그게 바로 큐돈에서 새 계정을 만들면 기본 프로필 사진이 규동인 이유예요. 이 규동 도트 이미지는 마스터인 제가 직접 찍은 거예요. 나중에 만든 달팽이 마스코트 Qnail도 직접 찍은 거구요